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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 번도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학창시절의 수학여행, 친구들과 근처 계곡 펜션에서의 2박 3일, 근처 바닷가에서 2박 3일 이런식의 여행이라기 보다는 친구들과 놀러가는 느낌이 강한 그런 경험들 뿐이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 친한 친구들 3명이 집에서 여행을 보내준다고 하여서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당시 우리집은 넉넉하지도 않았고,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던터라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같이 가자던 친구들의 이야기에 나는 그렇게 해외에 나가는 것에 흥미가 없어서 가고 싶지가 않다라는 말을 하고 혼자 여행을 가지 않아서 그 해 겨울 방학은 친구들 없이 아주 심심하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여행... 그 중에서도 해외여행은 아주 큰 결심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해외여행은 그렇게 여겨졌고, 대학생 시절 토익이다 뭐다 미래 준비라는 핑계로 더 많은 도전과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간들을 그냥 날려버렸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여행은 더 꿈꾸기 어려웠다. 우선 어렵게 번 돈을 한번에 그렇게 거액을 쓴다는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한 달 동안 온갖 욕을 먹고, 고생해가며 일을 해서 번 대가가 약 2박 3일, 3박 4일 만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그게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또 했던 일들이 전부 주말, 공휴일 할 것 없이 자리를 비우기 어렵고, 수시로 상황을 체크해야 하던 일들이었기에 여행으로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관심이 있었다고 하여도 이제 금전적인 여유는 되지만 시간적인 여유는 되지 않는 그런 현실에 마주하게 되면서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여행경험담을 이야기해주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유럽여행을 떠났던 친구들에게, 휴가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고나서 사진이나 경험담을 들려주며 자랑을 늘어놓던 직장동료들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다, 와~ 좋았겠네~ 라는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 대응했지만, 나도 떠나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웠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여건(시간적, 금전적)들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면서 가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암시를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보려고 한다.


그 계획의 시작은 우연히 읽게 된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라는 책을 통해서였고, 그 책을 읽고 난 이후부터 하나 둘씩 계획을 이행시켜나가고 있다.


우선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 일본을 첫 여행지로 결정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일본이라면 비행기표 가격도 비교적 저렴할 것 같고, 비행시간도 짧고, 뭔가 곤경에 처하면 어느정도 한국말도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라 선택했다.


아직은 크지 않은 봉급에서 안먹고, 안입고는 아니지만 덜 먹고, 덜 입고, 덜 즐기고 하면서 월 40만원씩 모았고, 앞으로 추가로 2개월 정도를 더 모으면 목표 금액에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인 일본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독학 일본어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으며(진도는 정말 안나간다),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 하고 들어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일본 도쿄 여행책도 하나 사서 내 첫 여행의 목적지를 결정하게 되었다.


어제는 처음으로 여권도 만들기 위해서 여권용 사진도 촬영하고, 구청에가서 여권 신청도 해뒀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도 한번 쯤은 가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도 갈 수 있다.'가 되어서 결심을 하게 되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미 '나는 간다.'가 되었다.


난생 처음 떠나보는 여행. 그리고, 늘 가족들과 붙어지내다가 처음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 그것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갖는다는 점은 걱정과 설레임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다.


혹시나 비행기 사고가 나진 않을까? 지진이 일어나진 않을까? 말도 한마디 안통하는 나라에서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치안은 좋을까? 여러가지 걱정들이 생겨 두려움도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요즘 하루하루를 보내고 살아가면서 기다리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여행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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