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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소개팅을 했다. 이번이 나의 두 번째 소개팅이었고, 4년 만의 소개팅이었다.


32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아직 그렇다 할 연애를 해보진 못했다. 모태솔로라면 모태솔로인 셈이다. 물론, 호감있는 사람과 연락을 하며 지낸 적도 있고, 좋은 분위기로 지낸 적도 있었지만 정식으로 교제를 한다는 것은 해본 적이 없었다. 이성을 대하는 것이 어렵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늘 좋아하는 사람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대하지 못하고, 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다보니 어느샌가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라는 소심한 남자가 되어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번의 짝사랑은 실패로 끝이 났고, 짝사랑 중에서 가장 그래도 적극적이었고, 용기를 냈다고 생각한 상대방은 고백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고, 더이상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좋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후유증이 오래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은 2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뭔가 나에게 큰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다.


2년 동안 이성을 만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다 포기하고 부모님 모시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혼이라는 것을 꼭 해야하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을 하기엔 너무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고,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성공하여서 잘 되리란 보장도 없었기에 적지 않은 나이에 보장되지 않은 나의 미래를 보고도 나를 좋아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면 내 스스로 이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 결혼을 꼭 해야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갑자기 소개팅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해왔다. 평소였다면 언제나 내가 무슨 소개팅이냐, 됐다 괜찮다 이렇게 피해버리고 말았을 제안이었지만 이상하게 그 날은 달랐다.


뭔가 나도 이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친구가 고민하고 있을 때 무심코 던진 한 마디,


'있을 때 해라.'


이 한 마디에 뭔가 결심히 서게 되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고, 어떤 상대인지 전해듣지도 않았지만 이 기회에는 사람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4년 만에 다시 소개팅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밤에 잠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4년 전 실패로 돌아갔던 내 첫 소개팅이 떠올랐다. 그때 소개팅은 뭐가 문제였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당시에 전화번호를 받고도 뭔가 얼떨결에 소개팅이 이뤄져서 내 마음이 준비가 안되어서 연락을 3일 동안이나 먼저 하지 않았다. 친구가 연락했냐고 물었는데, 하지 않았다고 하니 왜 안했냐고 화를 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좀 빠르게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종 연애관련 정보 프로그램들이 2014년부터 많이 해오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들에서 들은 노하우는 연락처를 받고 첫 만남까지 3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너무 문자로만 이야기 많이하면 실제로 만나서 서먹해지거나 하여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가급적 연락하여서 서먹함이 없어지면 실제로 만나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친구로부터 소개팅 하기로 한 사람의 연락처를 얻었다. 연락처를 받고 5분 안에 바로 연락을 했다. 여성분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문자상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성격은 매우 활달하고, 싹싹하며, 상냥함이 느껴지는 그런 분이었다. 의외로 너무 빨리 확인을 하고, 답장을 줘서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지 생각할 시간도 없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으나 대화는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흘렀고, 정말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했다.


메세지 끝에 심심찮게 달려오는 하트와 애교스러운 말투로 하루 종일 틈만 나면 연락이 왔고, 다음 날 아침에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 자고있냐는 흔히 말하는 선톡이 먼저오는 등 적극적인 그녀의 연락에 뭔가 느낌이 좋았다.


사진도 보내주고, 키도 알려줬는데 잘 생기지도 않은, 크지도 않은 키의 나에게 변함없이 따뜻한 메세지는 이어졌다. 그리고 연락하고 2일째 되던 날에 다음 날 만나자고 했고, 첫 만남을 쉽게 성사시켰다.


만남을 하루 앞둔 밤에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첫 소개팅의 패착 중에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내 마음가짐에도 있었다. 소개팅은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나가는 것이 아닌,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보고, 평가하는 자리인 것인데,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고, 나를 좋아해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그 사람의 마음을 내가 얻기 위한 자리라고 여겼기에 모든 행동 등이 부자연스럽고, 경직된 분위기를 만들었었다. 그리고 당연히 끊겨버린 연락에 큰 낙담을 하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당시 그 소개팅 상대가 나도 그렇게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언제나 사람이 어떻게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그 사람을 다 알 수 있느냐고 보는 주의이고, 또 주선자 친구의 입장도 있고해서 예의를 다하기 위해서 연락을 하고 한 것인데, 이것이 일방적인 구애, 구차하고, 눈치없는 남자가 되어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진짜 다르게 마음을 먹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사람 한번 만나보러 나간다. 나를 평가받는 자리가 아닌 나도 상대방을 평가하는 자리라고 마음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건 내 마음가짐도 있었지만, 먼저 연락을 하면서 메세지들로부터 받은 그 상대방에 대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더 안정시켰다.


이 사람이라면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들어올 수 있겠구나 이런 마음으로 오늘 이 만남에서 인연을 만들겠어 보다는 어떤 사람인지 보고 오겠어라는 마음으로 만남에 임하러 나갔다.


실제로 본 소개팅 상대의 모습은 내 생각과 같았다. 사진만큼 예쁘고 그렇진 않았으나 어디 내 외모도 대단하지 않은데... 외모보다는 메세지에서 느껴지던 그 싹싹하고, 상냥함이 더 좋았기에 그냥 귀여워보였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내 모습을 보고 놀라기 까지하며(왜 놀랐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튼 메세지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그녀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잠깐씩 대화가 끊기기는 했으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니깐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정적이었고, 분위기는 내 착각인지 몰라도 나쁘지 않았다.


그 여성분께 점수를 따기 위함이 아닌 평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고, 어떻게 타이밍이 도와줘서 긴 건너려다 오토바이가 갑자기 와서 여성분을 잡아서 지켜주기도 했고, 커피숍과 식당에 들어갈 때 식당 문 열어서 먼저 들어가게 해주는 것에 먹다 흘린 것을 닦아주고, 젓가락질이 조금 서투른 그녀가 앞접시가 없어서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눈치있게 앞접시를 준비해달라고 주문하는 등 불편함 없이 잘 대해줬다고 생각했다.


대화 도중에 재미있는 사람 같다, 자연스럽고 좋은 시간이라서 편안하다는 이야기도 듣고, 자신은 너무 급격하게 막 한 번 만남을 통해서 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 보다는 천천히 차차 자연스레 연락하고 만남갖고 알아가면서 그렇게 진전되는게 좋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등 만남은 정말 순조롭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이러고도 갑자기 다음 날 연락 안되고 이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던데, 내가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에 웃으면서 그럴 리가 있겠냐고, 오빠나 연락갑자기 안하고, 안받고 하지 마시라며 헤어지기 전에도 우리 또 연락해요~ 이런 인사로 그녀와의 거의 4시간의 만남이 끝이났다.


집에 돌아가서 잘 들어갔냐는 메세지에도 밝게 인사해주고, 다음 날 아침에는 그 전 날 아침 일찍 선톡을 먼저 해온 그녀가 생각이 나서 또 먼저 보내게 만들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고, 출근 길이라며 토요일이라 출근하는 것이 싫지만 일찍 마치니깐 좋다는 답장도 오고 화기애애했다.


퇴근해서 집에 왔다가 친구 만나러 나간다는 메세지까지 받았고, 저녁에 나도 약속이 있어서 나간다는 등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아 메세지를 보냈는데 이상했다. 그렇게 칼응답을 해주던 그녀가 확인이 늦어졌다. 늦은 시간이니깐 그렇겠지, 친구랑 놀거나 하는데 바로 확인을 못하겠지 이런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았다. 뭐 답장이야 늦게해도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깐...


그러나 나는 그 메세지에 답을 받지 못했다. 그 다음날 아침 가족들과 절에 가서 거기있는 예쁜 강아지의 사진을 찍어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고, 키우고 싶다던 그녀에게 절에 왔는데 예쁜 강아지가 있다고 사진 찍어서 보내주고, 그 강아지의 더 어린 시절의 사진도 함께 보내줬으나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이상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여기서 남자는 선택의 기로에 언제나 놓이게 된다.


1) 무슨 일이 있냐고 카톡을 보내서 눈치 없는 남자가 되느냐

2) 너무 궁금하지만 눈치 껏 그녀의 의도를 파악해서 연락을 않느냐

3) 아무렇지 않게 다른 내용의 메세지를 하나 더 보내 보느냐


이런 때에는 언제나 답은 2번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궁금하기에 1, 3번을 택하게 되는데, 이번에 나는 2번을 택하고 하루 더 기다려봤다. 바로 오늘까지 답을 기다려봤으나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고, 엄청 상냥하게 대화를 했으며, 메세지 끝에 하트까지 뿅뿅 날렸던 그녀가 어찌 된 영문인지 하루 아니 반나절만에 철벽녀로 변했다...


이번엔 뭐가 문제였을까? 그 전날의 이야기들은 그냥 다 형식적인 멘트였던 것일까? 좋았던 분위기는 순전히 다 나의 착각이었던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답을 찾을 순 없었다. 이게 왜 그런지 알려주기라도 하면 고칠 수라도 있긴 하지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찾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만나기 전에는 싹싹했던 그녀가 만남을 가진 후 냉담해졌다. 결국 만남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외모, 목소리, 혹은 내 직업 그에 대한 비전이 마음에 안들었다거나 이래저래 그냥 내가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녀가 완벽히 내가 좋아하던 타입은 아니었다. 그냥 그 성격이 좋아서 이런 성격의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만남가지면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컸고, 입가에 뭘 엄청 묻히고 먹고, 이야기 하는데 앞니에 음식 양념이 다 묻어서 이야기 하는 모습이 막 깬다 이런 느낌보다는 뭐 나중에 내가 닦아주면 되니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첫 인상이 30점으로 시작해도 만남을 거듭하면서 50점 70점 올라갈 수 있다고 여겼기에 후속 만남도 가져봤으면 했는데 그 기회가 따로 주어지진 않았다.


어정쩡하게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아니게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그녀의 전화번호. 애석하게도 자주 바뀌는 그녀의 카톡 프로필을 보면 씁쓸하기까지하다.


생각해보면 그 상대로부터 나의 단점을 들어도 이게 정답이 아닌 것이 다음에 소개팅하게 되거나 내 인연이 될 사람은 나의 그런 면을 좋아할 수도 있고,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냥 그 상대가 내 상대가 아니었을 뿐, 그 사람에게서 연락을 못받았다고 내가 의기소침하거나 실망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전에는 내가 상냥하다고 그렇게 칭찬을 했던 그녀, 선톡에 잘 잤냐고 연락까지 해오며 적극적이던 그녀가 마지막에는 그 상냥함도 적극성도 보여주지 않은채 이 관계를 끊어버리니 그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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