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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기 시작했다.
37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것에 대해 설렘과 기대를 가지기 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던 것 같다. 거의 5개월 가량을 이제 살아오면서 혼자 지낸다는 것에는 익숙해졌고, 부모님 집에 가서 주말을 보내거나 하면 내가 늘 있던 공간이 더이상 나의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오히려 불편하기도 한 것을 보면 어느샌가 혼자 사는 것에, 나만의 공간에 있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
친구들은 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고, 미혼인 친구도 끊임 없는 소개팅 끝에 여자친구가 생겼는지 자랑을 연신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 그런 기약이 없다.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희망적이진 않은 것 같다.
이제 어떤 모임이나 동호회에 가입을 하려고 해도 나이에서 컷 되는 상황이고, 친구들의 소개팅을 받기에도 소개해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솔직히 여자친구가 없어서, 와이프가 없어서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크리스마스나 생일이나 그런 날에 딱히 같이 보낼 사람이 없다고 해도 외롭다거나 허전하다거나 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한 번도 그런 날을 누군가와 함께 보내본 적이 없어서 나에겐 늘 그냥 그렇게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으니깐 당연한 듯 여겼다. 마치 초콜렛이나 사탕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해서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달콤한 것을 먹으면 행복한지를 느껴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남들은 다 와이프가 있고, 데이트 상대가 있고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은 문득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꼭 연락을 해야할 사람이 이성일 필요는 없지만, 설거지를 하거나 일을 하다가 카톡이 왔다는 소리에 반갑게 열어 메세지를 확인해보면 내가 받아본 기억이 까마득한 카카오톡 선물하기 광고문자, 플친으로 추가된 쇼핑몰의 할인안내 메세지인 경우가 많고, 생일에 오는 축하메세지는 미용실이나 쇼핑몰에서 보내오는 자동발신 메세지가 대부분일 때 참 씁쓸함을 느낀다.
통화목록도 어머니, 아버지만 가득. 친구에게 전화를 하자니 와이프랑 같이 있거나 하고 집에 들어가서는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닐테니 쉽게 전화통화를 하거나 할 수도 없다.
나만 이렇게 외로운 삶인가 싶으면서도 스스로 이런 상황에 놓이도록 너무 포기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후회도 해보고, 왜 젊은 날에 다 해본다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는지, 미련하게 나를 좋아해주지도 않을 사람을 바라보며 기다리면서 시간낭비를 해왔는지 자책도 해보고, 뒤늦게 시도해보려지만 경험이 없어서, 여전히 용기가 없어서, 방법을 몰라서, 이젠 혼자 살아가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내 마음을 접게 된다.
부모님들은 결혼을 했으면 하시던데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솔직하게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는 혼자 살아갈 것을 어느 정도 염두하고 준비하고 있다. 막상 혼자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참 참담하다. 지금이야 통화목록에 어머니, 아버지라도 계시지만, 나중에 더 나이 들어서는 그 마저도 없어지는 날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뉴스에서 나오는 고독사 이런 것이 남일이 아니고 바로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겠구나 생각도 하게 된다.
망할 코로나 사태만 아니더라도 동호회 활동이나 새로 이사온 곳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인맥도 넓히고, 취미활동 등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카페가서 커피 마시면서 책 읽거나 하는 이런 평범한 일상들 조차 하지도 못하게 된 상황 때문에 화가 나기만 한다.
이렇게 되면 돈이라도 잘 벌어서 가족들끼리 좋은 시간보내고 그러면 좋은데 경기마저도 침체, 하는 일에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라 이래저래 우울한 일상이다.
희망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요즘.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느낌, 미래에 그렇게 될 것 같은 마음에 외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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