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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레드페이스라는 브랜드를 아시는지요?
우리나라에 아웃도어, 등산복 광풍이 불었던 2003~4년 쯤에 노스페이스 패딩은 그야말로 국민교복 수준으로 입고다녔던 옷이었습니다. 두꺼운 패딩부터 바람막이, 반팔티셔츠, 모자, 가방까지. 브랜드 자체가 유행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당시에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노스페이스 사고 싶고, 입고 싶고 했지만 저에게 노스페이스는 너무 비쌌습니다. 당시에 대학생이었는데요, 따로 알바를 하지 않았었고, 아직까지는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쓰고 했던 시기라 저에게는 너무 고가의 물품이었고, 그때까지 저는 부모님이 사다주시는 옷을 입고 그랬습니다.
그 때 그런 기능성 바람막이가 유행할 때 어머니께서 집 앞의 롯데마트에서 바람막이 하나 사다주셨습니다. 브랜드는 바로 레드페이스였죠. 보자마자 뭔가 노스페이스 짝퉁 느낌도 나고, 정말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브랜드 같은데 민감한 나이, 누가 제 옷만 쳐다보는 것 같고, 다들 노스페이스 입고 다니는데 레드페이스라고 적혀있는 옷을 입고 다녀야 해서 뭔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정작 찾아보니 레드페이스는 노스페이스의 짝퉁, 아류작이 아닌 오히려 노스페이스보다 먼저 나온 브랜드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제가 부끄럽게 여겼던 바람막이 점퍼를 최근까지도 입었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 트래킹을 할 때 그만한 점퍼가 없었거든요. 겉 소재는 바람막이가 되고, 안감 내피가 따로있어서 보온성까지 지켜주니 보기에 다운패딩처럼 두껍진 않은데 그 정도의 성능을 내주는 최고의 점퍼였습니다. 이걸 입고 정말 많이도 걷고, 등산부터 트래킹까지 많이 소화했습니다. 요즘은 또 핏하게 나오는데 예전 모델이어서 조금 여유가 있게 나오다보니 안에 두꺼운 티셔츠를 입어도 전혀 불편함 없이 소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나이를 먹어서 브랜드라는 것은 그저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내가 만족하고, 편안하면 되는 것이지 이렇게 마인드가 바뀌어서 전혀 부끄럽지 않고 너무 아끼는 점퍼인데 오늘 트래킹 다녀와서 땀을 흘리고 세탁을 했더니 안에 있는 소재가 뭔가 다 부스러져서 이제는 못입게 됐습니다.
이제서야 이 점퍼의 참맛을 알았고, 유용하고, 가성비 좋았고, 뽕을 뽑을대로 뽑고 있는 최고의 점퍼라고 생각했는데 수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이젠 마음을 먹으면 노스페이스를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직도 사려면 버거운 가격이겠지만, 농구하러 가는 길에도 입고, 등산, 일상, 트래킹을 하면서 10년 넘도록 함께해준 이 점퍼만큼 편안한 것을 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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